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1

2022. 1. 1. 00:00ㆍ0Hz | 아무리뷰

아무리뷰 3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1

 

최백규

 

 

“뭣이 중헌디?”

2010년대 최고의 유행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말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영화 <곡성>에서 딸 효진(김환희)이 아빠 종구(곽도원)에게 던지는 대사다. 사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사는 아니다. 알 수 없는 존재에 현혹된 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스치는 장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짧은 물음에 열광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영화 안에서도 바깥 현실에서도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화면 뒤에 숨은 나홍진 감독이 스크린 앞에 모여 앉은 우리에게 영화관 너머 세상으로 나가서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 중요한지 똑바로 바라보라 외치는 것인가.

 

감독의 외침에 응답하듯 <곡성>은 당시 개봉한 영화 중 단연 논란의 중심이었다. 먼저 대중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적지 않은 네티즌과 관람객들이 최하 평점을 던진 것만 보아도 여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대부분의 기자와 평론가들이 놀라운 영화라는 찬사를 보낸 것이다. 이러한 온도 차의 가장 큰 원인은 <곡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지 않은 전달 방식을 사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과격한 편집 방식은 계속해서 우리를 현혹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를 놓고 분열되는 여론이 미디어에 의하여 혼란스러워지는 사회와 개연성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그것마저 치밀한 계산 아래 마련된 감독의 치밀한 연출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처럼 <곡성>을 알아보려면 편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리고 편집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곡성>의 기본 설정부터 알아야 한다. 영화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며 시작된다. 경찰은 그것이 집단 야생 버섯 중독이라 잠정 결론짓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건의 모든 원인이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 때문이라는 의심만 퍼져 나간다. 동시에 경찰로서 사건을 수사하던 종구 역시 살인을 목격했다는 의문의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며 외지인에 대한 소문에 점점 확신을 갖는다. 그는 결국 자신의 딸마저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까지 하게 된다.

딸이 아픈데 굿부터 하는 것은 현실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결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치처럼 상황이 흘러간다. 모든 문제는 의심과 분노에 눈이 먼 종구에게서 촉발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편집의 힘은 종구와 함께 눈이 먼 관객들로부터 스스로 발현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들은 직접 상황을 체험하며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주제에 다가선다.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2」에서 계속)

 

 

 

[이달의 시 주파수]

우나기


민구


죽은 동생이 말했어
나 엄마 배 속에 있다고

너에게 무슨 말을 할까
눈을 뜨면 눈썹에 낚이는 물고기들

나는 심장을 뛰게 할
단 하나의 이름을 고민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당신의 뜻이 아니라면
강물을 휘젓는 음산한 바람이
신의 헛기침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아무런 기대에 응하지 않고
네가 아니면 나여도 좋을 이름을 다오

기도하던 두 손을 펴고 손바닥에 적힌 이름을
물에 띄워 보낸다
그것은 삽시간에 번지거나
까맣게 익어서 떠오른다

오늘 아침, 빛의 지느러미는
바다에서 강으로 오고
다시 강에서 바다로 흘러간다

작은 파도를 따라가는 커다란 파도

나는 잠에서 깨지 않은 어둠을 발로 툭툭 차며
침수식물이 가득한 늪에서
힘겹게 걸어 나오는 소년을 본다



-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아침달, 20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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